비야디·CATL 앞세워 전기차·배터리 글로벌 주도권 노리는 중국

입력 2022-10-18 13:39   수정 2022-10-18 13:4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여러 번 강조했다. '제조 강국', '품질 강국'의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시 주석의 비전인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첨단 기술과 미래 산업은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중국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내놓은 전략 가운데 하나가 '중국제조 2025'다. 리커창 총리가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로드맵이다. 중국제조 2025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불공정 행위로 지적하자 공식 문서에선 사라졌다.

그러나 중국이 제조업 강국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국제조 2025의 10대 산업인 차세대정보기술(IT), 고정밀 기계·로봇, 항공우주장비, 첨단기술선박, 선진철도기술,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전력설비, 농기계, 신소재, 바이오 및 고성능 의료기기 부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부문이 신에너지차다. 중국은 전기차와 충전식 하이브리드(PHEV)를 묶어 신에너지차로 분류한다. 공식 통계나 구매 보조금 등의 정책 기준도 신에너지차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축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기존 엔진 자동차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인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는 보조금과 등록세 면제가 있다. 중앙정부 보조금은 올해 1만2600위안(약 250만원)이며 지방정부에 따라 추가 지원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더 무섭다고 분석한다. 중국에선 자동차 기업이 공장을 지을 때 해당 정부와 합자사를 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지방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연관 산업 파급력도 큰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사용권을 무상으로 내주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의 한 자동차 기업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매년 신차 한 대를 개발할 수 있는 비용(약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신생 전기차 기업의 대표 격인 웨이라이(NIO)가 안후이성 허페이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성정부로부더 70억위안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지원 정책 때문에 부동산개발업체들도 신에너지차 산업단지를 잇달아 조성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광둥성에 신에너지차 산업단지를, 화샤싱푸는 장쑤성에 전기차 부품단지를 조성했다.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9월까지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434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급증했다. 9월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1947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전년 동기 11.6%에서 급등했다. 중국은 2020년 5%였던 신에너지차 비중을 2025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3년 일찍 달성할 전망이다. 2030년은 40%, 2035년은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궈진증권은 신에너지차 비중이 20%를 넘어선다는 것은 초기 보급단계를 지나 공급망이 안정화하는 단계로 분석했다. 또 소규모 업체들이 도태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전기차 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전기차와 배터리에서 세계 선두권 기업을 배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비야디(BYD)는 9월까지 전기차 58만대, PHEV 59만대 등 117만대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했다. 전기차만 놓고 보면 테슬라(90만대)에 아직 못 미치지만 신에너지차로 범위를 넓히면 세계 1위다.

배터리 부문에선 CATL이 1위를 달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8월 글로벌 전기차(PHEV 포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35.5%로 2위 LG에너지솔루션(13.7%)을 크게 앞서고 있다. 비야디가 12.7%로 3위, CALB가 4.0%로 7위에 오르는 등 10위 내에 중국 배터리 업체 5곳이 포진해 있다.

다만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공통된 약점으로 꼽힌다. 비야디의 9월 판매량 20만973대 가운데 수출은 7736대로 3.8%에 그쳤다.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18%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에 주로 공급하는 파나소닉 다음이다.

이런 약점은 최근 미국과 유럽이 자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보호를 강화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을 사실상 강제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2027년부터 역내 부품 비중이 65%에 미달하는 배터리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 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CATL은 첫 해외 생산시설인 독일 공장을 올해 말부터 가동한다. 북미 공장도 추진하다가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무기한 연기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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